본문 바로가기
천문학

우주의 최소 입자와 뉴트리노

by 원-로그 2023. 5. 27.
반응형

우주의 최소 입자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기본입자는 무엇일까요? 19세기 후반 물리학자들은 이 답을 찾는 데 집중했습니다. 19세기 초반까지는 '원자'를 그 기본 입자로 봤습니다. 그러나 1897년 물리학자 톰슨이 원자에서 전자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이어 물리학자 리더퍼드도 원자의 중심에 존재하는 원자핵이라는 물질을 발견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최소 입자가 어느 정도로 강한 전하를 띠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중성을 띠던 입자가 전자 수의 변화로 양성 혹은 음성을 띠게 되면 이를 이온이라고 부릅니다. 20세기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는 많은 이온이 어디에서 발현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활발했습니다. 일부는 지구 내부에서 만들어진 이온이 지표면을 뚫고 올라왔다고 하고, 또 다른 일부는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쏟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답을 찾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터널 내부와 외부의 이온 수를 비교하기도 하고, 지표면과 높은 탑 위의 이온 수를 비교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들은 변인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1912년 빅토르 헤스의 실험은 달랐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태양을 이온 입자의 기원으로 지목해 이를 확인해보기 위한 실험을 했습니다.헤스는 태양을 가리기 위해 개기일식을 활용했습니다.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시점에 열기구를 타고 올라가며 변화하는 고도에 따른 이온의 개수를 측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도에 따라 이온이 증가했고 태양이 완전히 가려지는 순간에도 이온 수치는 높게 유지됐습니다. 개기일식을 활용한 기발한 실험을 통해 지표면에서 높이 올라갈수록 이온은 증가하고 태양은 이온의 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완벽한 결론을 낼 수 있었습니다.

폭발로 인한 뉴트리노의 생성

뉴트리노의 비밀

뉴트리노는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는 소입자로, 우주에서 쏟아지는 물질중 가장 독특한 성질을 가집니다. 중성자인 뉴트리노는 다른 입자와 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우주에서 존재감이 크진 않습니다. 원자핵에는 양성자와 함께 중성자가 모여있습니다. 중성자는 종종 양성자로 변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자와 뉴트리노가 빠져나옵니다. 이 반응에서 처음으로 뉴트리노의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지구에서 확인되는 뉴트리노는 태양의 중심에서 발생한 것과 지구 내부의 방사성 원소 붕괴에서 발생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중성이고 질량도 아주 작아 다른 물질과는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며 물체를 그냥 통과해버립니다. 지표면을 뚫고 내려가다가 지구와 같은 천체 반대편으로 빠져나가 버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뉴트리노를 통해 직접 발견할 수 없었던 우주의 비밀을 들을 수 있습니다. 뉴트리노는 우주의 모든 것을 통과합니다. 우리가 직접 볼 수 없었던 오랜 과거를 거쳐왔고 또 천체의 내부를 관통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뉴트리노를 검출한다면 사람 대신 뉴트리노가 경험한 것들을 전해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뉴트리노를 검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뉴트리노를 검출할 환경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뉴트리노는 빠르게 날아다니다가 원자핵과 정통으로 부딪히면 원자핵이 작은 입자로 쪼개지며 빛을 내게 됩니다. 이때를 포착한다면 그 순간 뉴트리노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뉴트리노 검출기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설치했습니다. 폐광산 지하에 물을 가득 채운 수조를 만들고 벽면에는 1만 개가 넘는 검출기를 설치했습니다. 뉴트리노가 깜깜한 수조 안에서 우연히 원자핵과 반응하면 푸른 빛을 내 존재를 알리게 됩니다. 그 수조에서 과학자들은 수천 번 넘게 뉴트리노를 검출했습니다. 물론 검출을 한다고 해서 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검출 전 우주에서 발생한 어떠한 사건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 연관성을 입증해야 의미 있는 검출이 됩니다. 일본에 이어 남극에도 뉴트리노 검출기를 설치했습니다. 이후 2013년 검출기에서 강력한 뉴트리노 두 개의 흔적을 발견했는데, 이 뉴트리노는 그 에너지가 아주 강력해 빅뱅의 그 순간 튕겨 나온 뉴트리노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뉴트리노 빅버드

천문학자들이 뉴트리노를 거대한 검출기를 설치하면서까지 뉴트리노를 검출하려고 하는 것은 그 작은 뉴트리노가 원자핵과 부딪히는 그 찰나의 순간이 과학적 실마리를 풀 힌트를 품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예로 2012년 겨울 남극 검출기에서 검출된 빅버드라는 뉴트리노가 있습니다. 빅버드는 그 당시까지 검출된 뉴트리노 중 가장 강력한 뉴트리노였습니다. 과학자들은 빅버드의 기원을 알고 싶었지만 검출기 자체로는 빅버드가 어디서 날아왔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방향만 예측할 뿐 지점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여름 페르미 망원경은 우주의 한 활동성 은하에서 강한 감마선 폭발을 관측했었습니다. 이렇게 큰 에너지의 폭발은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가스를 토해내며 주변의 양성자들을 빛의 속도까지 가속시킬 때 방출할 수 있습니다. 이 양성자가 베타붕괴를 하며 감마선과 뉴트리노를 방출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 관측된 기록적인 감마선 폭발과 겨울에 검출된 역대급 뉴트리노의 방향성까지 따져봤을 때 과학자들은 뉴트리노 빅버드가 100억 광년 떨어진 은하의 거대 블랙홀에 있던 흔적임을 기정 사실화했습니다.

지금도 천문학자들은 뉴트리노가 검출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뉴트리노는 빅버드와 같이 먼 과거에서 온 블랙홀의 흔적을 가져다줄 수도, 아니면 태양의 핵융합에 대한 흔적을 가져다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주 대폭발인 빅뱅 당시의 흔적을 품은 뉴트리노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가만히 뉴트리노를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우리를 제대로 찾아온 뉴트리노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우주의 거대 비밀을 속삭여 줄 수도 있으니, 뉴트리노를 기다리는 그 시간조차 가치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