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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블랙홀에 대한 오해와 진실

by 원-로그 20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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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에 대한 오해

방송이나 일상에서 비춰지는 블랙홀은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모조리 집어삼켜 버리는 강력한 진공청소기 같은 존재입니다. 주위에 다가가기만 해도 무언가에 휩쓸려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는 모습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우주에서는 블랙홀 근처를 스쳐 지나가며 계속 돌고 있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어쩌면 천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개념 중 하나가 블랙홀이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개념 또한 블랙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에서는 블랙홀에 대한 오해와 블랙홀의 비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블랙홀에 대한 오해와 진실

블랙홀의 개념

우주를 보면 작은 천체가 상대적으로 큰 천체의 주위를 돌고 있는 형상이 익숙합니다. 달과 작은 인공위성들이 우리가 사는 지구 주위를 맴돌고 있고 목성이나 토성과 같은 거대한 행성 주위에는 50여개가 넘는 위성이 돌고 있는 형태입니다. 행성들은 태양 주위를 주기적으로 맴돌고 있습니다. 태양 또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태양도 무언가의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우주는 정적이지 않습니다. 우주를 구성하는 행성, 소행성, 혜성 등 모든 것은 규칙적이든 불규칙적이든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러한 움직임을 끌어내는 것은 무엇일까요?

기다란 끈 끝에 공을 묶고 제자리에 서서 그 끈을 잡고 휘휘 돌리면 공은 어떻게 될까요? 일정한 속도로 힘을 가하면 공은 자신의 주위를 끊임없이 돌 것입니다.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구심력입니다. 공이 안정적으로 궤도를 유지하며 나의 주위를 돌게 하기 위해서는 중심에서 붙잡아 주는 구심력이 필요합니다. 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에서는 거대한 천체가 작은 천체를 붙잡고 있는 중력이 구심력이 되고, 이로써 작은 천체는 큰 천체 주위를 빙글빙글 돌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은하 중심에 주변의 수천억 개에 달하는 아주 많은 별을 붙잡고 있는 강한 중력을 가진 무언가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강한 중력을 가진 미지의 그것을 우리는 '블랙홀'이라고 칭합니다.

블랙홀의 위치와 질량

1960년대까지 천문학자들은 은하를 유지하는 것은 그 중심에 모여있는 빽빽한 별들의 뭉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971년 영국의 천문학자 도널드 린덴벨과 마틴 리스는 우주에 있는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 강한 중력을 가진 무언가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은하계 주변의 별들을 모두 돌릴 만큼 강한 중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무거운 질량을 가진 초거대 블랙홀이 존재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주장이 사실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블랙홀 곁을 맴도는 별들의 움직임을 발견해야 했습니다. 블랙홀은 사건의 지평선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 내부의 중력을 벗어날 수 없는 경계입니다.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중력이 너무 강해서 빛조차 그 선을 벗어나는데 필요한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블랙홀은 절대 관측되지 않으며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천체의 움직임이 블랙홀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은하에 존재하는 개개의 별들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곳에서 별들이 한꺼번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지는 추측할 수 있습니다. 모든 별은 빛을 내보내기 때문에 빛의 파장을 분석한다면 움직이는 별의 속도와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린덴벨과 리스의 예측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은하의 중심에서 별빛의 파장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은하에서 빠른 속도로 맴도는 별빛의 도플러 효과를 확인했고, 블랙홀의 실체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별들을 끌어당기는 거대 중력을 가진 블랙홀의 존재를 수치로 발견한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에서 정확히 어디에 블랙홀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은하의 중심부가 여름철 밤하늘 지평선 근처에 보이는 궁수자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1974년 천문학자들은 이 궁수자리 근처에서 아주 밝은 전파를 내보내는 광원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8년 후 전파 망원경으로도 이를 확실시 했습니다. 또한 그 블랙홀의 질량이 무려 태양 200만 개와 맞먹는 무게라는 것도 측정해냈습니다. 하나의 천체가 이렇게 무거운 질량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전무후무한 발견이었습니다.

블랙홀의 진실

블랙홀은 우주에 있는 거대한 흡입 구멍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천체일 뿐입니다. 만약 태양이 블랙홀이 되어 버린다면 태양계의 천체들을 모두 빨아들이게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태양의 질량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태양이 주변에 가하는 중력 또한 유지되기 때문에 주변 천체들도 변함없이 궤도를 유지하며 태양 주위를 돌 것입니다. 블랙홀 주위에도 블랙홀에 흡수되지 않고 빠르게 그 주위를 도는 가스 덩어리가 있습니다. 블랙홀을 향해 돌진하는 듯한 궤도를 가진 이 가스 덩어리는 블랙홀에 상당히 근접해 주위를 돌고 있지만 블랙홀 주변을 무사히 스쳐 지나가면서도 그 궤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천문학자들도 처음에는 블랙홀에 초근접 한다면 이 덩어리는 산산이 부서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맞설 만큼 빠른 속도로 블랙홀 주위를 돌고 있다면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우주에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지금까지 여러분이 생각했던 그 블랙홀과는 완전히 다른 블랙홀을 오늘 만나볼 수 있으셨길 바랍니다. 천문학계에서 아직도 블랙홀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또 다른 오해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밝혀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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