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치열한 별의 일생
언뜻 보기엔 밝게 빛나며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듯한 별이지만, 사실 그 내부에서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별들의 전쟁은 얼마나 화려한지, 그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되는지 이번 글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별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핵융합 반응
따뜻한 공기는 밀도가 낮아지면서 위로 올라가려고 하고 차가운 공기는 밀도가 높아지며 아래로 내려가려는 현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대류 사이클은 우주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의 표면에서는 중심에 가라앉은 물질이 표면 위로 올라가며 골고루 섞이는 대류 사이클이 발생합니다. 태양의 표면온도는 약 6000K에 달하고 그 내부로 들어가면 무려 1000만K이 넘는 불구덩이가 존재합니다. 쉬지 않고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핵융합 반응 덕분에 태양은 이렇게 뜨거운 온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핵융합은 원자들의 중심인 원자핵이, 원자핵끼리 융합하면서 더 무거운 원자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원자들은 열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가해지는 열은 원자들의 운동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자는 우주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수소입니다. 수소는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 하나와 그 주변을 도는 전자 하나가 결합해 만들어집니다. 별의 중심부에서는 수소 원자핵들이 서로 부딪치고 융합되며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이를 수소 핵융합 반응이라고 합니다.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들은 모두 양성을 띠고 있습니다. 양성의 성질을 띠는 양성자 사이에는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척력을 이겨내는 핵력이 있습니다. 척력을 이겨내고 양성자끼리 더 가까이 붙게 되면 핵력이 반응해 더 큰 원자핵으로 합쳐지게 됩니다. 수천만K 이상으로 뜨거운 별의 중심에는 원자핵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충돌하며 전기적 장벽을 이겨내고 핵력으로 하나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도전이 계속되며 수소였던 가벼운 원자핵은 더 무거운 원자핵이 됩니다.
PP 체인과 CNO 체인
핵융합 반응에는 크게 PP 체인과 CNO 체인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PP 체인은 양성자와 양성자가 직접 반응하는 것을 뜻합니다. 태양과 같이 미지근한 온도의 별에서는 수소의 원자핵이 직접 충돌하며 핵융합을 합니다. 수소 원자핵 두 개가 융합해 만들어진 듀테륨, 듀테륨에 수소 원자핵 하나가 더해지면 트리튬, 트리튬에 수소 원자핵이 하나 더 더해져 수소보다 네배 더 무거운 헬륨이 만들어집니다. 태양은 온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진 헬륨은 노폐물이 되어 별의 중앙부에 쌓이게 됩니다. 탄소, 질소, 산소 원자핵이 핵융합 과정에 참여해 반응 속도를 올리는 융합을 CNO 체인이라고 합니다. 탄소, 질소, 산소는 핵융합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속도만 빠르게 합니다. 그러나 CNO 체인이 발생하면 핵융합 효율이 더 폭발적으로 일어나게 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핵융합 방식의 차이는 별 내부구조 차이로 이어집니다. 별의 온도는 정중앙이 가장 높고 표면으로 올라오며 점차 낮아집니다. 따라서 핵융합 반응도 정중앙에서 가장 효율이 높고 표면으로 올라올수록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태양처럼 전체적으로 온도가 낮은 별은 핵융합으로 중앙에 헬륨이 모이더라도 주변부까지 헬륨이 고루 섞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균일한 화학 조성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CNO 체인이 적용되는 태양보다 훨씬 뜨거운 별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별의 정중앙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헬륨을 만들어내는 반면, 그 부분을 조금만 벗어나도 느린 속도를 보입니다. 효율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입니다. 중심에서 벗어날수록 급격한 온도 변화와 핵융합 효율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뜨거운 별의 중심에서는 급격한 대비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에 있는 고온의 에너지를 위로 끌어올리고 주변부 저온의 에너지를 아래로 가라앉히는 대류 사이클이 나타납니다. 결과적으로 미지근한 별의 중심에서는 복사핵이 형성되지만 고온의 별 중심에서는 대류핵이 형성됩니다.
계속되는 핵융합으로 수소는 점차 고갈되고 별에는 헬륨 찌꺼기만이 점차 쌓입니다. 그렇게 수소가 모두 사라지면 핵융합은 중단됩니다. 이렇게 되면 별은 더 이상 열을 내지 못하고, 온도가 내려가게 되면 별의 중심핵은 수축합니다. 중심핵이 작은 크기로 수축하면 위치 에너지는 열로 바뀌며 중심부의 온도가 조금씩 높아지긴 합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융합 활동을 마친 찌꺼기를 태우기 위해서는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합니다. 부피가 작은 별들은 다시 융합에 필요한 불을 지피기엔 에너지가 부족합니다. 작은 별은 이렇게 점차 식어가며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부피가 큰 별은 상황이 다릅니다. 중심핵이 수축하며 다시 뜨거운 열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약간이라도 남아있는 수소로 핵융합을 다시 시작합니다. 헬륨 찌꺼기로 만들어진 원자핵을 다시 활용해 핵융합을 거듭하고, 새로운 종류의 찌꺼기를 중앙에 쌓아갑니다. 이렇게 겹겹 쌓인 여러 종류의 찌꺼기가 마치 양파 껍질이 층층이 감싸고 있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 양파 껍질 구조라고 일컫습니다.
흔히 무게가 많이 나가는 큰 별은 원자핵이 많아 활발히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여러 번 반복해 오래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질량이 무거운 별일수록 더 빠르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 더 빨리 일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질량이 가볍고 미지근한 태양 같은 별이 오히려 은은하고 길게 삶을 이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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